[도서실] 여혐민국 - 페미니즘 도서 / 주한나(양파)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 2만5천 명! 『여혐민국』은 런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과학자 양파가 한국의 여성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때로는 톡 쏘는 사이다처럼, 때로는 눈물이 찔끔 나도록 한국의 여성혐오에 대해 솔직하고 치열하게 써내려간 페북 포스트들을 책으로 엮었다. 남편, 남친, 남자사람친구에게 여혐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당장 『여혐민국』을 손에 쥐어주자.
<교보문고 책 소개 중에서...>
그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여 선택했던 책 여혐민국.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체감하고는 있지만, 여혐이라 불릴만한 것들은 딱히 직접적으로 느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장소를 온라인으로 옮기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실제 서로 만난 적도 없을 터인데 마치 서로 부모님을 죽인 원수라도 되는 마냥 물어뜯고 싸운다. 처음에는 그럴싸해보이는 논리를 들이대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감정싸움으로 변질되어 '그러면 너도 군대 가던가~', '너도 생리하던가~'라는 식의 논리, 의미 모두 없는 껍데기들만 오간다.
사실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여혐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해서도 아니다. 저자 주한나(양파)씨의 세계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일렉트로닉 아츠(EA)에서 근무한 이력 때문이었다. 여성인권 단체도 아닌 페미니즘과 아무런 접점이 없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던 사람이 왜 이런글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더 강했다.
저자는 본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다음으로 설명한다.
내가 독해서 버틴 게 아니고
내가 잘나서 회사가 알아서 대우해준 게 아니고
내가 운 좋게 훌륭한 상사를 만나서 그런 게 아니고
여지껏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며 싸워온 여전사들이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신 또한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임을 알리고 있다.
사실 지금도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저자는 다양하게 이야기를 각색하여 여성혐오 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유럽 국가에 놀러 간 당신. 멋진 석양을 보며 혼밥하고 있는데 껄렁거리는 애들 몇이 다가오더니 시비를 건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그들은 당신 머리를 한 대 치고 카메라와 가방을 빼앗아 도망가버렸다. 하필이면 여권에 노트북까지 들어 있는 소중한 가방을. 당신은 근처 경찰서로 간다.
"그런 데를 왜 혼자 다니고 그래요?"
"딱 당할 만했네."
"요즘 동양인 관광객이 참 문제야. 그렇게 보이는 데다가 카메라 가방 들고 다니면 젊고 가난한 애들이 어떻게 참겠냐고요."
이런 소릴 듣는 것도 빡치는데, 진술 받던 경찰관이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묻는다.
"진짜 강도 당한 것 맞아요? 별로 당한 사람 같지 않은데."
"뭐 이건 털어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아니고. 쯧쯧.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강도가 되고, 우리 경찰들도 피곤해지고 그러는 겁니다."
지역 신문에 뉴스가 났다. "아시안 관광객 또 날치기 당해"라고 떴는데 거기에 붙은 일러스트를 보니까 덩치 작은 아시아 사람이 엄청나게 큰 카메라와 그 외 소지품이 줄줄 흘러나오는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당해도 싸다는 느낌이다. 그 옆에 까만 복면 쓰고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도둑도 보이긴 하지만 메인 포커스는 '부를 과시하는 호구 아시안 관광객'이다.
이와 같이 주한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우며, 고등교육을 정상적으로 마친 사람이라면, 이 이러한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이 마저도 엄청난 여성혐오자라면 아니꼽게 보이겠지만.)
딱딱한 내용만을 말하는 원론적인 책이었다면 오래전에 덮고도 남았겠지만 저자는 '빡친다', '불을 질러버리고 싶다'는 등의 책에서 보기 힘든 일상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누군가 옆에서 직접 들려주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모든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한번 쯤 여성의 머릿속을 이해해보고 싶다거나, 현재 대한민국 여성혐오가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고 싶다면, 한번 쯤 읽어볼만 한 가치가 있다.
'CULTURE > - Lib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실] 죽여 마땅한 사람들(The kind worth killing)/피터 스완슨 (0) | 2018.01.02 |
---|---|
[도서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소설/줄거리/한반도 핵개발 (0) | 2018.01.02 |
[도서실] 오직 두 사람 줄거리 및 후기 / 김영하 단편집 (0) | 2017.12.31 |
[도서실] 천년의 금서/김진명 장편소설/논란의 역사소설 (0) | 2017.12.31 |
[도서실] 세계미래보고서 2055/박영숙, 제롬글렌 저/유엔미래보고서 시리즈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