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학과의 진로 이야기_건설회사의 신입사원

SOCIAL/- Investment|2018. 1. 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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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장이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건설현장은 항상 부족한 공사기간(=공기)과 한정된 예산(공사비)을 가진다.




정해진 공사기간을 맞추지 못하면(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지연된 것이 아니닐 때), 지체상여금을 물어야한다거나, 차후 공사입찰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예정된 공사 예산을 초과하는 것은 적자라는 의미이므로, 결국 일은 일대로 해주고, 돈은 돈대로 사용한 꼴이다.


따라서 공사기간과 공사금액은 건설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안전사고, 부실공사는 공사기간, 공사금액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건설현장은 상당히 거칠게 돌아간다. 


원청과 하청, 즉 시공사와 협력사가 싸우는 모습은 상당히 비일비재하다.

이 마저도 대부분은 원청이 하청한테 갑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원청 또한 발주처에게 수많은 쪼임을 당한다. (발주처 - 시공사 - 협력사 순으로 오더가 내려오며, 갑질 또한 이러한 식으로 내려오게 된다.)


30살도 안된 원청의 사원이 나이 50도 넘은 협력사 직원에게 큰 소리를 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성차별을 하려는 의도는 없으나, 위와 같은 내용들로 인해 건설현장에서는 여성을 보기가 쉽지 않을 뿐 더러 회사에서 잘 뽑지도 않는다. 나와 같은 학번이었던 여학우들 중 건설회사에 취업한 사람은 없었다. 이력서를 써도 뽑히질 않으니 자연스레 공무원 혹은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이건 정말 신의 한수였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 사수가 내게 말했다.

"건설회사 말고 공기업 같은 데 가지."

그때만 해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에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수는 계속해서 내게 공기업을 권했다.

나는 사수가 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야 워낙 자주 말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내 눈에 그 사람은 참 순하고 인상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협력사 소장에게 막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물론 일이 잘 안풀려서 발생하는 이런 행위는 그저 일종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데, 몇몇 건설업 종사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아주 당연시하고, 또한 신입사원에게 이러한 '퍼포먼스'를 권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입사 동기가 협력사 앞에서 안전헬멧(안전모)를 바닥에 집어던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모 과장이 "이제 건축기사 같네."라고 대견해 했다.


건설현장의 과, 차, 부장들은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있다.

"내가 기사일 때는 말이야~. 다 집어 던지고, 협력사 소장 때리기도 하고 그랬어."

진위여부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고, 알고싶지도 않다. 

그냥 건설 문화가 이렇다.



건설회사에서는 

퍼포먼스로 아버지뻘한테 소리치고, 욕을 할 수 있는 사람. 

직장 상사로부터 욕을 먹었을 때,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한 것이다.

살면서 어른에게 욕 먹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건설회사에 오면 온갖 상스런 욕을 다 경험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성격이 이러한 건설 일에 적합한가.'이다. 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본인의 성격이 이러한 일들을 견딜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건설업에서의 신입사원 퇴사율은 상당히 높다. 같이 입사한 동기의 30%가 입사 한 달도 안 되어 퇴사를 했고, 50%가 1년이 채 안되서 퇴사를 했다.


그리고 남은 직원 몇몇은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