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살인의 문 1, 2(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Keigo Higashino)의 소설은 '용의자 X의 헌신'부터 시작해서 한국어로 번역출간되는 족족 읽어 왔었지만, 어느샌가부터 전부 비슷비슷한 느낌(특히 설산시리즈)이 들었기에 최근에는 굳이 우선순위에 두고 읽지는 않았다.
작가 이름을 보면 읽고 싶은데, 책 제목을 보면 읽고 싶지 않아지는 책이 바로 설산 시리즈의 하나인 '연애의 행방' 이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연애라니..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책 목록을 보던 중, '살인의 문'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제목에 눈길이 갔고, 작가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 였기에 망설임없이 책을 고를 수 있었다.
“그놈을 죽이고 싶다” "사람은 어떻게 살인자가 되는가?"
악의 화신인 한 남자, 그리고 일생을 그에게 농락당하는 또 한 남자.
두 남자의 끈질긴 악연이 빚어내는 ‘증오’와 ‘살의’에 관한 일대 서사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살인의 문』(전 2권)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에게 철저히 인생을 농락당해 온 한 남자의 처절한 자기고백이다. 또한 서서히 침몰해가는 주인공이 불타는 복수심과 살인 충동을 증폭시키는 심리적 과정을 주인공 일인칭 시점의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문제작이다.
소설은 외견상 다지마를 일방적인 피해자로, 구라모치를 악의 화신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함께 있으면 끊임없이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또는 “악행을 보면서도 손 놓고 있기 때문에” 다지마는 구라모치에게 번번이 속고 계속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어 가면서 구라모치가 나타날 때마다 불길한 생각을 떠올리고, 그 나쁜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해 참혹한 결과로 귀결된다. “가즈유키, 제발 정신 차려”라고 응원하지만, ‘인간다운’ 주인공에게 매번 배신당하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살인의 문』이 ‘사회파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부조리한 사회 속에 놓인 갖가지 인간 군상의 심리와 프로세스를 소름 끼치도록 리얼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을 유감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독자를 한없이 소설 속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살인의 문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구라모치'와 '다지마'의 이야기이며,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지마가 구라모치에게 여러방면으로 피해를 당하는 식으로 줄거리가 진행이 된다. 다지마는 구라모치로부터 피해를 입을 때마다 그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유년시절부터 성인때까지... 이 쯤 되면 책 제목이 왜 '살인의 문'인지는 쉽게 알 게 된다.
긴박감이 넘친다던가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추천해 줄 만한 책이 하나 더 생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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