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는 어떻게 배를 채울까_전쟁터의 요리사들
간만에 추천할만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나타났다.
대표 문학상의 순위권을 석권하며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한 화제의 미스터리!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 전선을 무대로 현대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미스터리 '전쟁터의 요리사들'.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각종 매체에서 다루어지며 ‘후카미도리 노와키(Nowaki Fukamidori, 深緑野分)’라는 무명의 작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주간아사히 등 일본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고, 제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 2016년 서점대상 후보, 제154회 나오키상 후보, 제18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쟁을 주제로 한 소설, 영화라고 하면 원샷원킬의 명사수 혹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기막힌 전략으로 전세를 뒤집어 버리는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책을 집었던건 그런 이야기에 싫증이 났다기보다는, 주제가 상당히 신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물론 친한 사람 중 취사병 출신이 있다는 것도 한 몫했을 수도 있다.) '전투식량으로 해결한다거나, 보급품을 받아 배를 채운다.'와 같은 식상한 내용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펼쳤다.
일반적으로 책을 집으면 책의 앞, 뒷 페이지에 있는 설명들을 읽기 마련인데, 이 책의 경우는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확고했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을 읽어볼 필요없이 본문으로 들어갔다.
책을 펴자마자 적잖이 놀라게 되는 포인트가 있다.
1. 분명히 일본작가가 쓴 책인데, 무대는 제2차 대전 당시의 유럽이고, 주인공들은 미군들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후지와라, 나카무라, 사사키, 겐조' 등등의 일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2. 이 책의 주제가 미스터리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아래 그림은 '전쟁터의 요리사들'의 일본판, 한국판 표지를 비교한 책인데. 둘 중 어떠한 책도 정통 미스터리가 주는 심오함을 주지 못한다.
표지가 정말로 친근해 보인다. 맞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는 미스터리도 사실상 '생활밀착형' 미스터리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부대 창고에서 계란 분말이 사라지는데 과연 그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내용이다.
전쟁터의 요리사들 일본판(좌), 한국판(우)
참으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뒷 내용이 미칠듯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흥미진진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날의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들이 다시 마주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측면에서 해피엔딩일 수 있겠으나, 전쟁의 승리가 곧 인생의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책이 후반부로 가면서 상당히 서글퍼졌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에서 그림이 그려질 만큼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 같은 웰-메이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한편의 영화같은 소설을 쓴 일본 작가가 1983년생의 (문학계에서 비교적)젊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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