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 예언(Prediction)/김진명/통일예언/1983년 KAL007기 피격사건

CULTURE/- Library|2018. 1. 2. 23:01

KAL007기 피격 사건. 탑승자 269명 전원 사망.



   34년 전 KAL 007기 피격 사건으로부터 시작되는 김진명의 장편소설 『예언』.

269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사할린 근해에서 소련 전투기에 격추당했던 비극적 사건, 유례가 없는 대참사였다. 피격 사실 외엔 밝혀진 게 없는 미스터리였다. 그 시각 KAL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소련 전투기에 의한 피격이란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한 후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던가? 사고 소식이 전해지던 날, 한국의 메인 뉴스는 전두환의 집 앞 청소였고, 소련 전투기는 ‘제3국의 전투기’로 표현됐다. 정부는 ‘제3국’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KAL기 격추로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을 잃은 청년 지민이 있다. 그는 국가가 외면한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의문의 사나이.

“7년 내 공산주의는 멸망합니다.”


  『예언』은 김진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현재’에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강한 시사점을 남긴다. 박근혜 탄핵, 촛불, 문재인 정부의 탄생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의 각축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정치상황 속에서 김진명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현재형인 것이다.

<교보문고 책 소개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책 좀 읽었다 하는 사람 중에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오랜기간 활동해왔고, 탈고하는 작품마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민감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물론 그간 써낸 '싸드'와 같이 민감한 저서에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찜찜한 맛을 남기기도 하였고, 천년의 금서에서와 같이 역사적 사실 위에 허구를 더함으로써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독 이러한 논란이 김진명 소설에서만 많이 발생하는 것은, 그의 글이 내뿜는 힘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983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을 가지고 돌아왔다.
1983년 일어난 민간 항공기 KAL 007 피격 사건.
  어떠한 이유에선지 항로를 이탈한 대한항공 민간 항공기를 요격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여동생을 잃은 주인공이 소련으로 침투해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김진명 작가는 이 사건속에 개입되었을 지도 모르는 미국, 소련 냉전 시대의 정치적 공작을 파헤쳤으며, 나아가 이를 소련의 붕괴 및 공산주의 체제 전복과도 연관시켰으며, 그 속에서 활약을 한 한국인이 있었다고 쓰고 있다.


 인간의 창의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글쓰는 스타일이 변한다는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일까.
김진명 작가의 아쉬운 점으로 지목되는 부분들이 극대화된 소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김진명 작가의 소설속에는 주인공을 위한 모든 것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족을 잃은 슬픔이 크다 한들, 어떻게 소련에 침투하여 복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엄청난 가족애로 인해 그럴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왜 항상 주인공이 '우연히'마주하는 사람은 '당 고위간부의 아들', '장관의 딸' 이런 부류들 일까?

  마치 전 우주가 주인공의 복수를 위해 준비된 마냥,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풀린다. 간첩혐의로 미국 교도소를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문'을 만나게 되고, 소련 대학에서  만난 친구의 아버지는 당의 고위간부이다.  이후 경찰서를 잡혀가면 항상 '문'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의 석방을 도와준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버지가 스파이임을 알리는 딸.


저는 미국 주재 소련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했던 이고르 알렉세이의 딸입니다.





자신을 구타한 주인공을 이해하며 도와주려 하는 고위 공무원.





  많은 독자들이 김진명 소설가의 이러한 전개를 문제점으로 삼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항상 어물쩡 어물쩡 넘어간다.', '역사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냥, 그간의 모든 미스터리가 풀렸다는 마냥 글을 쓴다.' 등등이 주된 이유인데, 김진명 작가의 책은 나올때 마다 잘 팔려서 그런것일까. 예전(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등)과 같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예언'은  내가 읽어온 김진명 작가의 책들 중에서 가장 억지스레 끼워맞춘 듯한 느낌을  많이 받은 책이다.

  그의 명성에 비하면 상당히 아쉬운 책...